어피너티 형사재판 2심 승소…'교보생명 풋옵션' 2차중재에 영향은

입력 2023-02-06 11:16  

이 기사는 02월 06일 11: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PEF 컨소시엄이 교보생명에 투자한 지 벌써 10년을 넘겼다. 형사재판 2심이 끝났지만 갈 길이 멀다. 국제중재 2차 결론이 나오려면 2년 가까이 더 걸린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1조2000억을 투자했다. 3년 내 상장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2018년 행사했지만 신 회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분쟁이 터졌다. 결국 국제중재가 발발했고, 국내에선 민사 소송이 형사 소송으로 번졌다. 형사재판 2심 선고에서도 'FI 승소'로 결론나면서 중대한 2차 국제중재 소송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사재판, 2심까진 FI의 승리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임직원 5명의 항소심 재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심 판단과 같은 결과다.

이들은 앞서 교보생명의 풋옵션 관련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계 평가업무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풋옵션 가치를 놓고 회계사와 FI 임원 간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다고 본 것인데, 재판부는 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어피너티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해 가치를 평가하진 않았다고 봤다.

회사와 검찰은 이메일 자료 등을 근거로 안진 회계사가 어피너티의 지시에 따라 교보생명의 1주당 가치평가를 점점 끌어올렸다고 주장해왔다. 풋옵션 행사가격 논란과는 별개의 쟁점이란 점도 덧붙였다. 회계사법 위반 여부에 국한된 재판인만큼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풋옵션 행사가격의 정당성까지 인정받았다는 건 아니란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 있었지만 증거가 부족했던 탓"이라며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검찰의 상고를 통해 보완하면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

FI 측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상고를 예고한 교보생명이 대법원에서 1·2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봤다. 법무 대리인은 "풋옵션 행사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인정받게 됐다"며 "이번 판결은 회계사들의 전문적인 판단과 양심을 존중한 결과"라 말했다.

이번 형사재판 2심 판결이 2차 국제중재에 미칠 영향은 크진 않다. 신 회장을 대리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안진이 평가한 풋옵션 가격으로 주식을 사줄 의무는 없음이 이미 앞선 중재판정에서 결론이 났다. 관계자 형사처벌 혐의는 민사적인 배상 책임과는 구분해서 봐야 하고 중재 법리 싸움과는 무관하단 점에서 계약이행에 영향을 줄 순 없다"고 말했다.

FI 측은 하지만 국제중재 2차를 앞두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FI가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 후 제공한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반대 판결이 나왔을 경우 1차 중재 판정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었다. 앞서 1차 중재에선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받아 평가기관과의 부정적인 거래 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받았기 때문이다.

가치평가 산정 업무가 회계법인 자문업무의 주요 업무여서 M&A업계에서도 판결에 주목했다. 가치평가 영역에서 검찰 기소가 이뤄진 전례는 없었다. 소액의 벌금이라도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했다.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 "2차 중재까지 2년은 더 걸려"
이번 재판은 신 회장과 FI 간 2차 국제중재를 앞둔 전초전 성격이었다. 앞서 2021년 9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가 내린 1차 판결에선 어느 한쪽이 확고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기는 애매한 면이 있었다. 이렇다보니 양측은 저마다 '소기의 성과'를 주장하며 승리를 주장해왔다.

신창재 회장과 FI는 주주간계약에 따라 풋옵션 행사가격은 양측이 각각 평가기관을 선정해 평가를 맡기되, 그 가격차가 10% 이상일 경우 제3의 기관에 맡겨 최종 가격을 구하기로 했다. FI는 딜로이트안진에 의뢰해 주당 40만9912원의 가격을 산정했는데 신 회장은 가격 산정에 대한 주주간합의는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30일 내 가치평가보고서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제3의 기관이 어피너티가 제시한 3곳 중 한 곳이었단 점에서 어떤 가격을 써내더라도 어피너티가 원하는 가격에 수렴했을 계약구조라는 논리였다.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의 의무불이행을 인정했다. 즉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주식을 되사가라는 풋옵션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풋옵션 가격은 판결내리지 않았다. 행사가격을 구하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사달라는 FI의 핵심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니 신 회장으로선 당장 2조원대 자금 부담을 피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FI들은 ICC에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달라고 2차 중재를 요청했다. 이에 2차 중재재판에선 풋옵션 가격 산정을 둔 법리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차 중재에서 패할 시 교보생명 경영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중재판정이 내려지면 그 자체로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중재에서 진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법원에 집행을 청구해야 하고, 법원의 결정을 받아 강제집행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분쟁 종료까진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FI로선 분쟁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투자 회수 기간이 점점 늘어지는게 부담이다. 펀드 출자자(LP)들도 부담이지만, 비용도 만만찮다. 오랜 분쟁으로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 측은 일단 형사재판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성과를 거두면서 형사재판 비용은 다소 절감하게 됐다. 소송 당사자와 회사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